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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8월, 흥천사(신흥사)에서 있었던 정인택과 권순옥의 결혼식 사진이다.
가운데 양복을 입고 두 무릎을 모아 앉은 이가 신랑 정인택, 그 오른쪽에 흰 한복을 입은 이가 신부 권순옥이다. 권순옥 뒤로 검은 양복을 입고 서서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는 이가 이상이다.
이 결혼식의 사회는 이상이 봤는데, 신랑 신부 모두 이상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신부 권순옥은 이상이 금홍과 헤어진 후 사귄 여성이다. 그녀는 이상이 카페 <쓰루>를 운영하던 당시, 카페에서 일하던 여급이었다.
신랑 정인택은 이상의 절친이다.
그런데 이들이 어쩌다..?
이상과 권순옥이 사귀고 있던 때, 이상의 친구였던 정인택이 권순옥을 짝사랑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삼각관계에 빠진 것이다. 그 갈등이 극에 치달아, 정인택이 수면제 36알을 삼켜 자살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이후 이상과 권순옥이 헤어지고, 정인택과 권순옥이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은 알려진 바 없다. 이상의 소설 <환시기>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는 설이 있으나, 이상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다.
자신의 전 여자친구와 절친의 결혼식 사회를 본 이상. 그는 그날 카메라 앞에서 왜 그렇게 환히 웃었던 걸까?
“나와 순영이 송군 방 미닫이를 열었을 때 자살하고 싶은 송군의 고민은 사실화하여 우리들 눈앞에 놓여져 있었다. 아로날 서른여섯 개의 공동(空洞) 곁에 이상(李箱)의 주소와 순영의 주소가 적힌 종잇조각이 한 자루 칼보다도 더 냉담한 촉각을 내쏘면서 무엇을 재촉하는 듯이 놓여 있었다. (…) 나는 코고는 ‘사체’를 업어내려 자동차에 실었다. 그리고 단숨에 의전병원으로 달렸다.”
이상, ‘환시기(幻視記)’
P.S.
그로부터 1년 뒤인 1936년. 이상은 그 결혼식이 있었던 흥천사에서 변동림과 간소한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전쟁 때 정인택이 세상을 떠나자, 정인택은 가족을 두고 월북한 박태원과 재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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