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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경성엔 <여성(女聲)>이란 잡지가 있었다. 


성별이 여자임을 뜻하는 여성(女性)이 아니라 소리 성(聲)의 여성(女聲), 여자의 목소리란 뜻이다. 


<여성>은 카페에서 일하던 여급들이 만든 잡지였다. 


도회의 한 단면은 환락장의 색등(色燈)에 물들어 있다. 환락장이라 함은 카페·바 등을 칭함이요, 그곳에서 자기의 생을 구하기 위하여 심야를 백주로 알고, 힘에 부치는 노동을 하고 있는 여자들이 즉 여급이니, 세상은 이들을 가리켜 도색전사(桃色戰士)라 하며 심지어는 매소부(賣笑婦)와 동일한 선상에서 보려 한다.


그네들이 사회의 낙오자들이요, 타락의 암흑면에서 방황하는 일군(一群)이라고 하자, 그러나 그들도 인간인 것이며, 정신에 참됨이 없는 것도 아니요,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중략〉나도 부모를 봉양한다, 자녀를 교육시킨다. 따라서 그들을 도색전사라고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망언이다.


<여성> 창간사, 1934


앞선 글에서 살펴봤던 것처럼('경성의 다방은 살롱, 카페는 룸살롱이었다') 당시의 카페는 유흥공간이었고, 카페에서 일하던 여급들은 많은 수모와 멸시를 당하곤 했다. <여성>은 그러한 사회적 인식에 맞서기 위해 만든 잡지였다. 


카페문화와 당대의 인식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지만, 아쉽게도 창간호를 끝으로 2호는 출간되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발행이 취소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래는 당시 카페 여급이었던 백장미와 초미가 쓴 잡지 내용 중 일부이다. 


그네들은 아마도 우리를 색가의 매춘부와 동일시하는 모양이다. 나는 직업으로서의 여급이라기보다도 무지하고 상식이 결핍한 그네들 뭇 남성들에게 상식의 캄풀 주사를 주며 계몽의 채찍질을 하는 것을 천부의 한 책임으로 느끼고 자임하고 있는 바이다.


백장미, '조선의 여성들아! 주저 말고 직업전선으로', <여성>, 1934


우리들 여급을 경멸하고 모욕하고 천업시 하기 전에 좀 더 실사회를 알아주었으면 한다. 여급이라고 하는 우리들의 직업‒그것은 무산자 계급의 여자들에게 남겨준 유일한 생존 투쟁의 길인 까닭이다.


초미(初美), '세상에 호소한다', <여성>,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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